Etc

원피스 잡담

Darkel 2009. 11. 15. 14:37

원피스 잡담 - 그들의 정신건강 

 

뒤늦게 나타난 신지의 친구들

 

   루피가 외친다. 해적왕이 되겠어! 나루토가 외친다. 호카게가 되겠어! 이 두 사람의 씩씩함을 보고 있자면, 골방에 누워 워크맨을 듣고 있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외로운 소년 이카리 신지가 뜬금없이 떠올라 가슴 한 편이 아려온다. 만약에 신지가 루피와 나루토를 만났다면 어떤 녀석이 되었을까. 마치 루피를 만난 코비와 같이, 나루토를 만난 가아라와 같이 좀 더 건강한 정신을 가진 청년으로 변화하게 될까. 나는 「나루토」를 보며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많이 생각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나루토」는 기본적으로는 외톨이, 노골적으로는 왕따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두 작품을 두고 '왕따 이야기'라 단언하는 것은 너무 심각하게 단순화시킨 것일지도 모르나, 두 작품의 내용을 고려할 때 왕따라는 단어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본다.) 주위의 모든 것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모두의 영웅이 되는 열등생 나루토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왕따 탈출기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으며 신지에게도 꽤나 괜찮은 자극이 될 것 같지 않은가.

   한편 「원피스」의 루피를 보며 신지를 떠올린 것은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왠지 루피라면 신지의 찌질함을 단번에 해결해 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루토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것은 신지에게 좋은 공부가 될 수는 있을 것 같으나, 한편으로는 나루토의 강한 정신력을 보고 '나는 약해서 저렇게 할 수 없다'며 두 무릎을 끌어안기에도 딱 적절할 수도 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루피라면 신지가 어떤 종류의 변명을 늘어놓는다 해도 전혀 알아듣지 못할 것이며, 적당한 기회에 특유의 명대사를 빵 터뜨리며 신지의 두 눈을 감동의 눈물로 가득 채워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믿음이 간다.

   그만큼 세 주인공들을 두고 이런저런 공상을 펼치다 보면 참 재미있는 생각들이 많이 떠오르는데, 그 중 하나는 과연 신지가 없었다면 루피와 나루토가 탄생할 수 있었을 지에 대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루피와 나루토를 보고 있자면 마치 '신지'를 통해 드러나 버린 언제나 우울하고 소극적이며 대인관계에 취약한 이 시대의 소년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그들이 나타났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풀죽은 얼굴로 관객과 첫 만남을 이루고 강제로 에반게리온에 탑승하는 신지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강인한 성격을 지닌 루피와 나루토는 무언가가 되고야 말겠다는 성장 선언을 통해 스스로의 손으로 이야기를 열어 펼치지 않았던가. 그런데 과연 나루토와 루피는 언제나 우울한 이카리 신지와 대비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신건강 이상 없음' 진단서를 받아낼 수 있는 것일까? 루피의 경우 조증이 의심될 정도로 평상시에 극단적으로 즐거우며, 동료 선원들에 대한 헌신과 강적에 대한 용기는 만화임을 고려한다 치더라도 놀라울 정도가 아닌가.


과연 흠잡을 데 없는 정신건강을 가진 소년일까? - 루피와 상디의 경우

 

   때문에 나는 이런 저런 생각에 몰두하던 와중 한 가지 의심을 갖게 되었다. 루피의 정신적 성장은 어느 순간 멈춰버린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정신의 성장이 멈춰버린 순간은 바로 샹크스가 팔을 잃은 때가 아닐까? 자신을 구하기 위해 팔 하나를 잃었으면서도 '무사해서 다행' 이라며 미소 짓는 샹크스를 본 어린 루피는 큰 감동과 충격을 받았을 텐데, 그것이 샹크스에 대한 존경심과 어우러져 이 사건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겠다는 강박관념을 낳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강박이 심하다 보니 샹크스가 루피를 구하는 순간 보여준 샹크스의 용감하고도 헌신적인 일면이 그대로 루피의 인격이 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인간이 오랜 시간동안 살아가며 차분히 형성해야 할 인격과 행동양식을 순식간에 마련해버린 것이랄까. 말하자면 일종의 트라우마인 셈인데, 덕분에 정신연령은 그 이후로 거의 성장하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루피는 동료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면서도 한편으로 선장이란 직책에 비해서는 어린이 같이 순진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하늘섬 편에서만 보아도 선원들의 위험은 염두에도 두지 않고 무턱대고 하늘섬에 가자고 우긴다던가, 출항을 앞두고 헤라클레스 사슴벌레를 잡느라 지각한다던가 하는 일들에서는 루피의 그런 면모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어쩌면 루피는 밀짚모자를 샹크스에게 돌려주기 전까지는 일종의 '어른스러운' 성장을 겪지 못할 것이며, 밀짚모자를 돌려준다 할지라도 과연 멈춰버린 성장이 재개될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른 멤버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 보자. 루피가 그렇다면 상디는 어떨까? 두 사람의 과거는 확실히 흡사한 점이 많다. 샹크스는 팔을 잃었고, 제프는 다리를 잃었으며, 그로 인해 두 소년이 살아남았다. 그러나 루피와 달리 상디가 겪은 어린 시절의 고난은 더욱 가망 없고 지독하고 장기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제프는 상디가 타고 있던 배를 습격한 해적선의 선장이었으므로 스스럼없이 함께 웃고 즐겼던 루피-샹크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긴장감이 맴도는 관계였다. 덧붙여 사건 이후 곧바로 헤어져 루피에게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샹크스와는 달리, 상디와 제프는 그 이후로도 선상 레스토랑에서 수년간 함께 생활했으며 그동안 겪은 일들이 상디의 인격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애초에 적이었던 제프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고, 해적선이나 다름없는 선상 레스토랑에서 온갖 손님들을 보며 성장했을 상디는 친구-동료 관념에 대해 보통 사람보다 관대하고 독특한 입장을 갖추고 있다. 클리크 해적단의 귀신 깅과의 사귐이나 Mr. 2 봉쿠레와의 우정을 고려해 보면 루피만큼 엉뚱하고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상당한 포용력을 갖추고 있으며 약간이라도 마음이 통할 것 같다 싶으면 상대방보다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친근하게 접근하는 타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상디의 실질적인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제프에 대한 건방진 행동들은 '한때 적이었기에 마음껏 감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생활이 자연스레 지속되면서 생겨난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지며, 아버지 없이 자란 루피-나미-조로-우솝 등과는 달리 자신이 이미 성장한 어른임을 표현해 인정받기 위한 목적으로 수염을 기르고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수염과 담배는 다름 아닌 제프에게 한 명의 남자로 인정받기 위한 소품인 셈이다.

   반면 어머니와 또래 여자아이와의 관계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디의 어린 시절은 상디로 하여금 여성과의 일반적인 관계맺음을 불가능에 가깝게 만들어버렸다. 상디는 어차피 한 배에서 생활하며 매일 보고 있을 나미와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휴가 나온 군인처럼 두 눈에 하트가 꽂혀버린다. 루피를 생각해 보면 「원피스」 전반에 걸쳐 루피의 어머니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루피에겐 적어도 술집 여주인 마키가 있었고, 어쨌든 동네에서 자랐기에 또래 여자아이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조로에게는 쿠이나가 있었고, 우솝에게는 카야가 있었다. 상디는 무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를 비롯해 여자-소꿉친구 하나 없이, 해상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땀내 나는 해적들 틈새에서 그들의 음담패설을 들으며 자라온 것이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마치 남중-남고-공대-군대 테크트리를 찍은 것 이상의 부작용이 생겨버렸다. 모든 여성을 잠재적인 연애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 자신이 받지 못한 어머니의 사랑을 베풀어줄 수 있는 여신들, 즉 숭배의 대상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물론 그런 면이 상디의 매력 포인트라 할 수는 있겠으나 이 역시 '세상엔 친구와 적과 뉴하프와 누님들이 있을 뿐' 이라는 식의 흑백논리(?) 4분법(?)이 상디의 세계관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상디도 어지간히 불쌍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과거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 - 조로와 쵸파, 우솝의 경우

 

   쵸파가 히루루크의 죽음을 딛고 하나의 인간으로, 사슴으로, 어린애에서 남자로 성장하는 인물이라면 조로는 이미 죽은 쿠이나를 등에 업고 다니는 인물이다. 쵸파가 히루루크의 유지를 이어받아 의술을 펼치는 방식으로 히루루크를 기억한다면, 조로는 칼을 휘두를 때마다 죽은 쿠이나를 회상하며 '대검호'가 되겠다는 암묵적인 선언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괴물 쵸파가 히루루크를 만나면서 히루루크의 어린 아들로 거듭났다면, 조로는 쿠이나가 죽으면서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인물이다. 따라서 쵸파는 「원피스」에서 가장 마음이 여린 어린이이며, 조로는 「원피스」에서 가장 진지한 어른들 중 하나이다. 그리고 그것이 얼핏 장난스럽게 들릴 수도 있는 루피의 '해적왕' 보다 조로의 '대검호'가 더욱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유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조로는 '절대 죽을 수 없다'던가 하는 식으로 죽음과 관련된 대사를 많이 갖고 있는 편인데, 생각해보면 조로는 그 자신의 발언과는 반대로 꽤나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물일 것만 같다. 좀 더 상세하게 표현하자면...... 조로는 쿠이나의 죽음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로 인해 대검호가 되지 못하고 (쿠이나처럼) 허무하게 죽는 일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때문에 조로는 절대로 지지 않으려 하며, 만약 어쩔 수 없이 죽게 된다면 차라리 싸움터에서 죽기를 바란다. 계단에서 실족해 죽는 것과 같은 허무한 죽음은 조로가 가장 두려워하는 종류의 죽음이다. 리틀 가든에서의 '발목을 자르고 싸우면 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식의 발언은 그러한 조로의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솝은 나름대로 씩씩하게 삶을 꾸려 나가는 소년가장 타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솝은 부모의 상실을 두고 거짓말을 해 스스로에게 환상을 제공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정도로 큰 슬픔을 겪은 소년이었으나, 부모 없이 홀로 성장하는 와중 심지가 꽤나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병든 소녀 카야를 격려해 주는 모습이라던가, 밀짚모자 해적단에서 가장 약한 전투력을 지녔으면서도 자신의 신념에 대해서는 루피나 조로 못지않은 고집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우솝은 생각보다 상당히 성숙한 내면을 갖춘 소년이다. 물론 우솝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슬픔에 젖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바다 어디에선가 살아 있을 용감한 바다의 전사인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그의 사고방식을 밝게 이끌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해적이 쳐들어 왔다'는 우솝의 거짓말이 마을 사람들을 놀래키기 위한 장난의 외형을 갖추고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어머니를 잃은 소년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발로인 점을 떠올려 보면, 캡틴 크로를 물리친 이후 우솝 해적단을 해산하고 직접 (아버지를 찾아) 바다로 나가려 하는 우솝의 씩씩한 모습은 그야말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명작 「엄마찾아 삼만리」의 주인공 마르코가 떠오를 정도. 게다가 잠시나마 생사를 함께한 밀짚모자 해적단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조각배로 떠나려 한 자립심을 보면 역시 우솝은 평범한 소년이 아니다. 우솝은 거인족 브로기와 도리를 보며 언젠간 반드시 엘바프를 찾아가야겠다고 결심하기도 하고, 툭하면 바다의 전사를 운운하는데, 그런 마음가짐 역시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강인하게 홀로 설 수 있는 아버지와 같은 인물이 되기 위한 것임을 엿볼 수 있다.

   물론 밀짚모자 해적단 중에서는 나미와 더불어 좀 비겁한 일면이 있기도 한데, 사실 정상적인 해적이라면 이정도 비겁한 면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우솝을 보고 있으면 이 녀석이 굉장히 약하면서도 굉장히 용감하기 때문에, 때로는 강력한 힘을 가진 루피나 조로보다도 더욱 용감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게다가 사람도 아닌 고잉 메리호를 두고 동료들과 다툰다던가, 저격왕 마스크를 쓰고 친구들을 도우러 나타난다던가 하는 모습은 누군가를 '외톨이'로 만들거나 스스로 외톨이가 되는 일을 매우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태도가 아닌가. 어쩌면 요즘 세상에 태어났더라면 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드럼 왕국에서 외톨이로 평생을 보낸 쵸파가 우솝과 잘 어울리는 것도 아마 우솝의 그런 성격에서 비롯된 것.


외톨이들이 마음을 여는 방식 - 나미와 쵸파, 니코 로빈의 경우

 

   나미와 쵸파, 니코-로빈은 「원피스」에서 가장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나미는 어린 시절부터 한 마을의 운명을 짊어져야만 했고, 수도 없이 누군가를 배신해야 했다. 때문에 '해적이 가장 싫다'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아마도 그녀가 갖고 있는 해적에 대한 혐오는 해적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서 비롯된 것임이 다분하다. 특히 '해적'이라는 무리를 증오하는 방식은 재미있는 이분법을 이룬다. '해적을 싫어하는 한, 나는 해적이 아니야' 와 같은 위로를 스스로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만약 나미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이러한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다면, 아론 일당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아주 만약의 경우이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그래서 다행이지만.

   그런데 나미를 보면 그런 면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건강한 여자아이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나는 「원피스」에 일종의 표현 장애가 있는 캐릭터들이 꽤 많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상디가 여자를 대하는 방식이라던가, 루피가 만나는 모든 이를 자신의 동년배라 생각하는 것이라던가(무조건 반말을 한다), 쵸파가 자신을 칭찬하는 말을 들을 때 화를 내는 척 연기한다던가...... 하는 것들을 보면 과연 나미는 그런 것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 법하지 않은가. 하지만 나미는 나미의 마음을 옭죄고 있던 짐들을 루피가 전부 '아무 조건 없이' 날려버렸으며 그 광경을 직접 눈으로 봄으로써, 「원피스」에서는 보기 드물게 트라우마를 완전히 해소해버린 인물이다. 때문에 그녀는 이제 정말 루피 못지않게 속 편히 항해하고 있음이 분명하며 수전노 같은 면모를 제외한다면 밀짚모자 해적단에서 쵸파 이상으로 건강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라 단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는 니코 로빈, 쵸파, 프랑키나 칠무해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죽 쓴 다음, 나루토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갈 계획이었으나, 분량이 상당하여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한다. 무엇보다 원래 생각한 걸 끝까지 쓰게 되면 밤을 지새워도 부족할 것 같기 때문.


 

원피스 잡담 2 - 니코 로빈. 니코 로빈. 

 

외톨이들이 마음을 여는 방식 - 나미와 쵸파, 니코 로빈의 경우

 

조금 다른 이야기 - 니코 로빈과 크로커다일

 

   니코 로빈의 과거편을 읽어보자. 로빈의 아버지나 다름없는 오하라 섬의 고고학자들과 친엄마 올비아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이후, 여덟 살의 어린 로빈은 현상금 수배자로 세상을 떠돌게 된다. 로빈이 20대에 접어들 때까지 그녀 주위엔 정부 측 인간들과 현상금을 노리고 접근한 비열한 인간 사냥꾼들이 우글거렸을 것이다. 어린 로빈은 그들 틈새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없이 비정하고 영악한 암살자로 자라난다. 특히 여덟 살 여자아이에게 매겨진 고가의 현상금이 그 어떤 인물보다 그녀의 인격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의심할 수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니코 로빈의 수배서가 등장하는 컷이 원피스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 수배서에는 시체를 가져와도 상금을 준다는 의미의 'Dead or Alive' 가 선명하게 찍혀 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것이 세계정부 현상수배서의 기본 양식임을 고려해 보아도 당시의 로빈이 8세 소녀였음을 떠올려 보면 상당히 섬뜩하다.) 때문에 로빈은 누구도 믿지 않으며,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게 하느니 자신이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 관계를 주도하는 타입이 된 것 같다. 스스로 다가온 사람은 로빈을 알아보고 흑심을 품고 접근한 것이 뻔하니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사고방식이랄까.

   로빈의 이러한 일면은 크로커다일이 루피에게 쓰러진 이후 고잉 메리호 선상에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동료로 넣어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일에서도 얼핏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로빈은 밀짚모자 해적단에서는 전례가 없는 방식으로 동료가 된 인물이 아닌가. 상디는 말할 것도 없고, 어린이나 다름없는 루피와 쵸파는 꽃꽃열매의 능력으로 구워삶아 버렸으며, 그나마 제정신을 갖춘 나미에게는 뇌물을 주어 자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버렸다. 말하자면 밀짚모자 해적단 멤버들의 프로필을 이미 꿰고 있었고, 머리를 써서 그들을 공략했다. 물론 그녀는 20년간 온갖 인간 군상들을 만나오면서 악당들뿐 아니라 의외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도 몇몇 만나 보았을 것이고, 루피 일행이 그런 믿을 만한 집단임을 깨닫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 평생에 걸쳐 학습된 조심성은 스스로 몸을 의탁해도 괜찮다고 판단한 밀짚모자 해적단에 대해서도 순수한 신뢰보다는 거래의 방식으로 관계하도록 만들었다. 그녀 역시 일종의 행동장애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아무튼 그런 로빈이 루피 일행을 완전히 신뢰하게 되는 것은 루피 일행이 별 고민 없이 덥썩 동료로 받아들인 직후의 일이다. 워터 세븐에서 일어난 로빈의 배신 사건에서 드러난 로빈의 '소망'이 역사 연구나 그녀의 목숨이 아닌 자신을 믿고 진심으로 동료로 인정해 주었던 밀짚모자 해적단 여섯 명의 안전이었음을 떠올려 보자. 로빈은 8살 이후 처음으로 받아보는 그들의 신뢰에 대해 목숨으로 보답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로빈은 자신이 최근 겪은 가장 감동적인 사건 - 밀짚모자 해적단이 별다른 의심이나 고민 없이 자신을 받아들이는 순간을 회상하며 에니에스 로비로 연행된다.

   한편, 니코 로빈에 대해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나는 크로커다일을 언급하고 싶다. 왜냐하면 니코 로빈의 삶을 20대 전후로 양분해 볼 때, 20대 이후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법한 인물은 크로커다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니코 로빈은 8세까지는 오하라 섬에서 또래들에 의해 따돌림을 받아왔다. 때문에 그녀는 또래가 아니라 고고학자들과 어울렸으며, 그들의 귀여움을 받으며 자라나 어린 나이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한다. 만약 오하라 버스터 콜이라는 비극적인 참사가 없었더라면 로빈은 좋아하는 역사공부를 하며 학자로서 성공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버스터 콜 이후 로빈의 삶은 오로지 생존만을 위한 것이 되었으며, 어린 시절의 꿈이었던 포네그리프 연구 또한 요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바로크 워크스의 부사장이 된 이후의 그녀는 칠무해 크로커다일의 보호 아래에서 평생 느끼지 못한 기묘한 안정감을 느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연구에 대한 열정을 되살릴 수 있게 되지는 않았을까. 크로커다일은 정의로운 인물도 아니고, 무턱대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도 아니었지만 로빈이 부사장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한에서는 오히려 그녀에게 있어 근사한 은신처가 될 수 있는 인물이었을 테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크로커다일의 여러 가지 뛰어난 능력들을 고려해 보면 크로커다일은 로빈에게 있어 은신처 이외의 꽤 중대한 의미가 있었던 인물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크로커다일의 가장 무서운 능력이 모래모래열매를 통해 얻은 자연계 능력이 아니라고 여긴다. 「원피스」에는 두뇌조차도 고무일 것만 같은 멍청한 루피와 좋은 대비를 이루는 '머리 좋은' 캐릭터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크로커다일은 그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순위를 매길 수 있는 고도의 모사꾼이라 생각한다. 말하자면 크로커다일의 가장 무서운 능력은 야심과 높은 지능이랄까. 바로크 워크스 조직 구축이라던가, 오랜 시간 동안 은밀히 계획하고 진행한 알라바스타 왕국 강탈 계획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지능적인 인물인지를 알 수 있다. 그의 이러한 면모는 추후에 밀짚모자 해적단이 만나게 되는 스카이피아의 막무가내 독재자 갓 에넬과 확연한 대비를 이루는데...... 스스로에 심취해 달을 보며 야망이 정지하는 나르시스트 에넬과 온갖 나쁜 짓을 일삼으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야심가 크로커다일의 대비는 마치 삼국지에서의 여포와 조조만큼이나 확연하게 드러난다. 또한 루피에게 이야기한 바 있는 '나는 열매의 능력에만 매달리는 바보들과는 다르다'는 발언이라던가, 열매 능력을 전투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래폭풍을 일으켜 오아시스를 고갈시키고 한 나라의 내전까지 유도해내는 것을 보면 이 얼마나 얄미울 정도로 머리가 좋은 악당인가. 아마도 칠무해치고 현상금이 다소 낮은 이유도 악행을 저지르되 '들키지는 않는' 그의 얄미운 능력 덕분이리라. 아니, 어쩌면 그 현상금도 특수한 목적을 위해 취득해낸 것일지도 모른다. (이건 여담인데, 에넬=여포, 크로커다일=조조 라면, 루피는 유비? 매력 100? 그러고보니 루피-유비 이름도 비슷하고. 밀짚모자 해적단의 여러 상황은 흡사 제갈량이 합류하기 이전의 유비 진영을 떠올리게끔 한다.)

   나는 천재와 천재가 만나는 상황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니코 로빈과 크로커다일이 함께 4년간이나 동업을 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서로의 지능에 꽤나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설령 크로커다일은 이미 완성된 간웅이니 그녀에게 별다른 영향을 받지 못했다손 치더라도, 니코 로빈이 처음으로 조직생활(...회사생활)을 하며 자신 이외의 다른 '머리 좋은' 악당이 다양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관찰하는 와중에 여러 가지를 깨닫고 학습할 수 있지 않았을까? 게다가 최초로 조직생활에 몸담게 된 니코 로빈은 그동안의 도망자/암살자 생활에서 벗어나 국가 단위의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작전을 짜고 부하들을 관리하는 일들을 학습해 말 그대로 크로커다일을 대신할 수 있을 정도의 28세 아가씨로 성장한 것은 아닐까. 만화 내에서 그녀는 원래 머리가 좋은 캐릭터로 나오고 있고, 10대 무렵의 에피소드들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크로커다일을 만난 이후의 변화는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궁리해 본다면 크로커다일이 '오늘날의' 니코 로빈을 있게 하는 데에 1/3 정도의 기여는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알라바스타가 망하건 말건 자신의 연구에만 관심이 있는 그녀의 악한 모습은, 단지 크로커다일의 영향 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원수인 세계정부의 일원 알라바스타 왕국에 대한 반감도 함께 작동해 나타난 것이었겠지만.) 만약 크로커다일이 쓰러진 이후의 로빈이 밀짚모자 해적단에 합류할 생각을 갖지 않고 해적질을 시작했더라면 상당한 두뇌파 해적단을 이끌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엉뚱한 이야기 - 프랑키와 니코 로빈

 

   본명 커티 프람. 프랑키는 어린 시절 말썽쟁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받아 조선공 톰에게 구조된 인물이다. 일종의 정서 불안이 있었던 것일까. 어린 프랑키는 쓰레기를 주워 모아 대포를 만들어 쏘아 본다던가, 툭하면 전함을 만든다던가 하는 식으로 상당히 똘똘하면서도 폭력적인 아이로 묘사된다. (어쩌면 영재였을 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본래 갖추고 있었던 말썽쟁이 성격에다가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원망이 어우러져 병기로서의 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프랑키는 위대한 사나이 톰 밑에서 선박 건조술을 배웠고 그와 함께 톰의 인간 됨됨이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스스로 건조해 낸 배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장인정신은 톰의 그것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며, 타인의 사연을 듣고 깊이 공감하며 진심에서 우러난 눈물을 철철 흘려주는 프랑키의 모습에서도 톰의 그림자가 엿보인다. 덧붙여 톰을 연행해가는 열차 선로에 서서 버틸 정도로 의리 있는 인물이기도 한데, 아마도 그런 면은 그의 타고난 반항심과 버려진 자신을 거두어 준 톰에 대한 애정이 섞인 행동이었으리라.

   한편 프랑키와 니코 로빈은 고대병기에 얽혀 순탄치 못한 삶을 살게 된 인물들이다. 물론 프랑키는 로빈에 비해서는 다소 편안한 생활을 해 왔지만. 정도의 차이가 심할 뿐 두 사람은 같은 사건의 피해자이고, 세계정부에 대한 원한을 가졌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에니에스 로비로 함께 연행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에니에스 로비전을 보다보면 니코 로빈의 죄는 '존재 자체'라는 식으로 표현되는 일이 많은데, 선과 악은 대상의 내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부여하는 것이라는 톰의 교육을 받은 바 있는 프랑키는 로빈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언어로 위로를 해 줄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약간은 오누이 같은 모습이 엿보이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세상을 떠돌던 어린 로빈이 톰을 만났더라면 프랑키와 로빈은 보기에도 흐뭇한 의남매, 다정한 소꿉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진지한 연애의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외모의 측면에서 본다면 로빈은 프랑키에게는 과분한 여인일지도 모르나, 니코 로빈의 과거사를 생각해보면 얼굴을 보고 연애 상대를 고를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나지 못했고, 루피 일행을 만나 20년간의 상처를 치유 받게 되었을지는 모르겠으나, 20년간 형성된 불안한 대인관을 딛고 로빈이 연애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악마라던가 마녀라던가 하는 소문까지도 세계 단위로 돌고 있으므로, 밀짚모자 해적단의 동료 남자들을 제외하고는 연애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로빈의 행동 자체가 연애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로빈과의 연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상디가 아닐까?) 게다가 내 망상 속에서 어린 시절에 만났더라면 니코 로빈의 괜찮은 짝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을 갖추고 있었던 프랑키는 해상 열차사고에서 살아남고자 스스로의 몸을 무리하게 개조한 나머지 신체의 앞면과 하반신을 모두 기계로 교체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의 책임감 있는 성격을 보아 로빈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연애를 시도할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평행세계에서는 괜찮은 커플이 될 수 있었을 두 사람의 운명이 기이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아마도 두 사람은 「원피스」의 엔딩 이후 각자 다른 짝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겠지만 말이다. 아. 엇갈린 운명이여.

(프랑키는 얼굴이 못생기긴 했지만, 그의 믿음직스럽고 남자다운 성격 덕분에 언젠가 그를 사랑할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고자지만...... 힘을 내라 프랑키. 사랑은 언제나 허리케인이야!)


   원래는 악마의 열매 능력에 대해서랑 「나루토」의 사스케-나루토-사쿠라-가아라 등에 대한 잡담도 늘어놓을 생각이었으나, 일단 본문이 심각하게 길어지고 있고, 나루토를 다시 정주행한 이후에 포스팅해도 늦지는 않을 것 같아 여기에서 마무리한다. 그런데 그 다음이 언제가 될까.... 아. 공부해야 하는데.


 

원피스 잡담 3 - 비비. 루피. 상디. 

 

알라바스타 내전 - 비비와 루피

 

   「원피스」를 뚝 잘라 독립된 장편으로 만든다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제일 근사할까? 개인적으로는 12권 106화 '환영의 거리' 부터 23권 216화 '비비의 모험' 까지가 어떨까 싶다. 말 그대로 알라바스타 내전 에피소드만을 골라본 것인데, 이 에피소드가 워낙 완성도가 높다 보니 독립적인 작품으로 생각하며 읽어도 상당히 재미있다. 크로커다일의 알라바스타 왕국 탈취음모가 워낙 정교하고 스케일이 크다 보니 왕국의 이곳저곳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독자들이 그렇게 벌어진 복잡 다양한 사건들을 머릿속으로 짜맞춰가며 읽어 내려가는 와중, 주인공 일행은 악당 크로커다일을 향해 전속력으로 전진한다. 근사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렇게 독립적인 작품으로 보게 되면 몇몇 인물들의 포지션이 살짝 바뀌게 된달까. 다소 말장난 같은 변화이긴 하지만 한번쯤 염두에 두고 읽어 보기에는 괜찮은 장난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알라바스타 내전을 독립적인 작품으로 상상하며 읽어보면 비비와 루피가 서로 동등한 비중을 갖춘 주인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원피스」 전체를 두고 비비를 바라본다면 그녀는 흡사 '원탁의 기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궁지에 몰린 왕국으로 인도하는 요정' 같은 이미지를 갖추고 있는데, 이런 이미지를 받아들인다면 비비는 루피 일행의 진정한 동료라기보다는 인도자-길잡이, 혹은 사건 해결을 의뢰한 일종의 명예동료로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이건 좀 야박한 시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괜스레 황량한 마을에 나타나 탐욕스런 악당들을 처치하고 평화를 되찾은 마을을 떠나는 고독한 총잡이(이때 배경엔 근사한 석양이 있어야 한다)의 이미지가 루피 일행에게 겹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마도 내가 어린 시절 서부영화를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알라바스타 내전 에피소드를 독립적인 작품으로 가정해 두고 잡담을 계속 진행해 보자.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비비는 루피와 함께 명실상부한 알라바스타 내전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두 남녀 주인공답게 여러 가지 조건에서 재미있는 대비를 이룬다. 비비의 어른스럽고 책임감 강한 성격과 천진난만하고 호쾌한 루피의 대조적인 성격이야 뻔하다 치더라도...... 그 저변에 깔려 있는 왕녀와 해적이라는 신분상의 대비, 의지할 곳 없는 한 마리 가녀린 나비 같은 외톨이 비비의 불안과 든든한 동료들에 둘러싸여 고기를 씹는 루피의 낙천적인 모습 등이 사막과 바다라는 사뭇 다른 공간적 배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덧붙여 두 사람은 서로에게 부족한 면을 지적해주고 가르쳐주며 보완해주는 남/여 주인공의 모습을 확보하기도 한다. (다만 연애를 하지 않을 뿐.) 드럼 왕국에 상륙할 무렵 루피에게 선장의 자격을 운운하는 비비와, 사막에서 비비에게 자신들의 목숨도 걸어보라며 일갈하는 루피를 떠올려 보자.

   비비는 성군 네펠타리 코브라와 충신 이가람, 페루, 챠카 등의 품속에서 자라난 덕분에 상당히 어른스러운 내면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물론 가장 많은 고생을 한 인물은 니코 로빈이라 할 수 있겠으나, 어린 시절 와포루가 그녀를 괴롭혔을 때 보여준 참을성과 사려 깊음, 알라바스타 국민들을 걱정하는 모습과 같은 것들을 고려해 보면 비비는 「원피스」의 주인공들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걱정하는 어른스러운 속내를 가진 인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비비는 어릴 때부터 코브라와 이가람에게 국민들을 생각하는 훌륭한 왕족이 되도록 교육을 받아 왔고, 나라가 멸망하는 위기를 맞이하여 바로크 워크스에 잠입하는 바람에 상당히 빨리 철이 들어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는 바로크 워크스를 적대하는 이유를 두고 '어묵 아저씨를 날려버렸으니까 싫어' 라 말하는 것이 고작인 루피에게도 책임감이란 무엇인지를 깨닫도록 도와주는 인물인데, 비비로 대표되는 알라바스타의 여러 인물들을 만나는 와중 이루어지는 루피의 변화는 자못 감동적일 정도이다. 생리적인 욕구에 취약한 루피가 갈증을 참고 유바의 물을 아껴 두는 장면과, 크로커다일 앞에서 루피답지 않게 '나라'를 돌려달라고 말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언제나 어린애인 것만 같은 루피도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은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본인 자신도 잘 알 수 없는 성장이겠지만.

   한편, 비비 역시도 루피에게 안팎으로 도움을 받는다. 루피가 비비에게 '우리의 목숨도 걸어달라' 며 외치는 장면은 비비의 내면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순간인데, 이전까지의 비비가 모든 것을 자신의 어깨에 올려놓고 걸어가는, 위대하지만 고독한 성자와 같은 이미지의 인물이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루피가 그 말을 건네주기 이전까지, 비비는 알라바스타 왕국에서 가장 외로운 인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루피가 밀짚모자 해적단의 목숨도 함께 걸어달라고 주장한 이후 비비는 루피 일행의 목숨을 자신의 목숨과 하나로 여기기 시작하며 자신의 어깨에 올려놓은 왕녀로서의 부담감까지도 일부 나누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라를 떠나 바로크 워크스에 잠입한 이후 이가람과 외롭게 떠돌던 그녀에게 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동료가 생긴 것이 아닌가. 만약 알라바스타 내전 에피소드에서만 커플링을 생각해 본다면, 역시 루피 ♡비비가 아닐까. 물론 루피는 떠나야 한다! 바다로 나가는 사나이와 육지에서 그를 기다리는 공주라는 로망이야 그렇다 쳐도, 비비는 자기 자신이 원래 갖추고 있었던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정신에 덧붙여 밀짚모자 해적단에게 배운 뜨거움으로 코브라의 뒤를 이을 성군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가 해적단을 떠나 공주로서 남은 것은 알라바스타 내전 에피소드 자체의 완성도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고, 그녀의 성격으로서도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Mr. Prince - 안습의 상디

 

   물론 비비와 루피만을 보지 않더라도 알라바스타 내전을 두고 살펴볼 요소는 상당히 많다. 유명한 전쟁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케일의 전쟁 장면이라던가, 지능적인 악당 크로커다일과 위대한 국왕 네펠타리 코브라의 대결 구도에 더불어, 피도 눈물도 없이 뼛속까지 건조한 것만 같은 삭막한 모래 사나이 크로커다일과 가슴으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소년 물-루피의 대결. 그 외에도 결투 중에 오의 '사자의 노래'를 깨닫는 조로라던가, Mr. Prince 로 변모해 숙적 Mr.2 봉쿠레와의 대결 끝에 우정을 나누는 상디의 매력, 전투력은 강하지 않지만 몸이 약한 만큼 더욱 강한 용기와 신념을 얻어가는 우솝 등등. 알라바스타 내전은 버릴 장면 하나 없고 페이지마다 명대사가 가득한 기막힌 에피소드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 단연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역시 Mr. Prince, 상디의 매력이 아닐까. 알라바스타 내전 에피소드에서 상디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바로크 워크스가 파악하지 못한 밀짚모자 해적단의 비밀 요원이 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Mr. Prince일까. 상디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들의 상황은 곧 곤란에 빠진 알라바스타 왕국의 공주 비비를 위해 떠나는 모험을 겪고 있는 중이니 자신은 당연히 (공주를 구해주고 그녀와 결혼하는) 백마탄 왕자가 되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면 단지 호칭만으로라도 그러고 싶었거나. 아무튼 상디는 에피소드 내내 비밀스럽게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동료들이 위급할 때마다 나타나 구해주는 (갑자기 머신로보 크로노스 역습의 롬 스톨과 켄류가 생각난다.) 멋진 역을 도맡는다. 그로서는 해상 레스토랑을 떠난 이후 최초로 대활약을 펼친 셈인데, 아마도 아론 파크에서의 나미 구출작전에서 루피에 비해 활약이 적었던 점이 무척 아쉬웠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이번엔 진짜 공주를 구해내는 일이기도 하고.

   그러나 상디는 아쉽게도 공주를 구해낸 이후 공주와 결혼하는 동화 속 Prince 들의 관례를 따르지는 못한다. 어차피 해적 주방장과 공주의 신분 차이가 있고 연애할 시간이 충분했던 것도 아니기에 당연한 결과이긴 하지만, 스스로를 Mr. Prince라 지칭하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은근히 비비와의 연애를 꿈꾸고 있지는 않았을까? 물론 상디는 마음이 넓은 남자이기에 비비와 비비의 왕국을 위험에서 구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할 인물이지만, 실제로 그가 얻어낸 것은 뉴하프 봉쿠레와의 작은 우정. 아니 뭐. 봉쿠레도 상당히 근사하고 멋진 인물이고, 상디와 봉쿠레의 우정은 진짜 간지나긴 하는데, 이래선 상디가 너무 불쌍하다. 아아. 공주와의 연애나 키스는 바라지도 않고 이 한 몸 다 바쳐 왕국을 구해냈는데, 고작 일류 뉴하프와 친구가 됐어! 다행히도 일류 주방장인 상디가 대인배인지라 이해타산에 그리 밝지 않아서 그렇지...... 나와 같은 소인배였다면 비비를 남겨두고 알라바스타 해안을 떠나는 메리 호 안쪽 주방에서 홀로 눈물을 닦고 있었을지도.


 

원피스 잡담 4 - 브룩, 조로 & 상디 

 

조금은 냉정한 이야기 - 해골과 아프로

 

   브룩은 「원피스」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외톨이로 생활한 인물이다. 최근 몇 년간의 겟코 모리아를 제외하고 브룩을 괴롭힌 인물은 따로 없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50년간 홀로 바다를 떠도는 일은 대단한 고문이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절망에 빠져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브룩에게 삶의 의욕을 준 것은 다름 아닌 고래 라분이었다. 브룩은 50년 전 헤어진 라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아남아야 한다고 꾸준히 자기 암시를 해 온 것 같은데, 「원피스」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원래 신의가 깊은 인물들임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나는 이 에피소드를 읽을 때 백골이 되어서까지도 약속을 지키려 하는 브룩에게 상당한 섬뜩함을 느꼈다. 만약 브룩이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이 약속이 아니라 원한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분에게 자신의 아프로 머리를 보여줘야겠다는 브룩의 맹세는 미생지신(尾生之信)에 가까운, 어리석지만 아름다운 미담으로 여겨지나 한편으로는 과한 편집증 증세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브룩은 룸바 해적단의 일원으로, 동료들이 하나 둘 죽어가는 모습을 마지막까지 지켜본 인물이다. 결국엔 브룩 본인도 사망하였으나 악마의 열매 능력으로 되살아났고, 백골이 된 모습으로 무려 50년간이나 외로이 바다를 떠돈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브룩이 아무도 없는 선상에서 반세기를 버텨내는 방식이다. 브룩은 마치 누군가가 자신과 함께 있는 것처럼 농담을 하고 노래를 하며 이야기를 한다. 기나긴 고독에 휩싸인 브룩은 더욱 큰 절망감에 빠져드는 일을 방지하고, 자살로 인한 제 2의 죽음을 막아내기 위해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을 터득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위로의 방식 중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 바로 라분과의 약속이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원피스」 본편에서 브룩과 밀짚모자 일당의 대화를 보면, 브룩은 마치 자기 자신의 안위는 상관없이 오로지 라분과의 약속만을 위해 그 기나긴 세월을 버텨 온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하지만 브룩은 오히려 극심한 좌절과 고독, 공포의 50년을 보내오면서 라분이라는 존재에 의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동료들의 유골 사이에서 홀로 살아남은 브룩은 아마도 매 순간마다 동료들의 생전의 모습을 떠올려 그리워했을 것이고, 한명 한명과의 추억을 머리속에서 부단히 재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이후엔 어쩌면 정말로 자살 시도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브룩은 살아남았고, 스스로에게 외롭지 않다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와중 자신에게는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따라서 브룩은 자신을 기억하는 이가 적어도 한 마리 살아있다는 사실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평범한 믿음이나 약속이라 할지라도 어떤 사람이 50년간 그 약속만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 사람은 마치 그것만을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지 않을까?

   한가지 더 주목할 만한 점은, 라분에 대한 브룩의 이야기가 브룩 자신이 진술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브룩은 밀짚모자 일행에게 룸바 해적단의 동료들 중에서 라분과 가장 친했던 사람이 브룩 자신이라 말한다. 브룩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브룩의 이 진술이 상당히 의심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나 호감 갖는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그 타인과 대단히 친한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마치 브룩이 그런 경우인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브룩은 무려 50년이나 동료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보냈다. 그것은 라분과의 추억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브룩에게 다른 동료 A와 얼마나 친했는지를 물었다면...... 브룩은 별 망설임 없이 A와 자신은 가장 친한 동료였다고 말하게 되지 않았을까? 물론 이건 지나치게 냉정하게 생각한 결과이고 브룩의 진실한 속마음을 속속들이 믿어주지 못하는 내 도시남자스러운 성격에서 나온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브룩에게는 일종의 망상증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 한 가지 덧붙이자면. 브룩의 정신 속에서 일어난 비슷한 일이 라분에게도 일어나지는 않았을까? 브룩과 라분이 만나면 브룩은 오랜 세월동안 기억과 망상 속에서 자신을 위로해 준 대상과 만나는 셈이 되고, 라분은 그동안 염두에 담아 둔 룸바 해적단에 대한 그리움을 브룩 한 사람에게 집중시킬테니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것들은 확인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서도.


조금은 애틋한 이야기 - 상디와 조로는 왜 그렇게 싸우나?

 

   브룩과 라분의 그리움에 대한 잡담을 늘어놓다 보니 문득 떠올라 몇 자 더 늘어놓는다. 상디와 조로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건 굉장히 재미있는 일인데, 나는 그 두 사람의 티격태격이 일종의 그리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를 의심한다. 밀짚모자 해적단에 합류하기 전의 두 사람에게는 각각 이미 태격태격하던 인물이 있었다. 조로에게는 쿠이나가 있었고 상디에게는 제프와 요리사 동료들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쿠이나는 어린시절 사망했으며 상디는 루피를 만나 해상 레스토랑 발라티에와 이별을 하게 된다. 내가 의심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조로는 상디를 대함에 있어, 무의식중에 성인이 된 쿠이나(상디는 남자지만)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 사람은 나이가 비슷하고 전투력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데다가, 자존심이 몹시 강하기 때문에 사사건건 부딪힌다. 그런데 조로에게는 어린시절의 쿠이나를 제외하면 그렇게 사사건건 부딪힌 일이 없었을 것이라 가정해 본다면...... 상디와 이런 일 저런 일에서 툭툭 부딪히며 대응하는 와중,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린 시절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쿠이나와 흡사한 상황에 놓인 상디에게 깊은 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굉장히 오래간만에 얻은 라이벌이고 한 배를 탄 동료라고 할지라도, 같은 검사였다면 두 사람의 티격태격은 말다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대결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랬다면 한 사람은 자존심이 크게 상해 배에서 내리게 되었을지도 모르고. 그러나 다행히도 두 사람의 전투방법은 사뭇 다르고, 심적으로는 라이벌로 여기지만 정면으로 정정당당히 대결할 방법이 마땅치가 않다. 냉정하게 말해 날이 선 명검을 셋이나 들고 다니는 조로가 전투의 측면에서 유리한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사냥한 동물 크기 경쟁 같은 것이 아니면 말싸움 외에는 따로 싸울 일이 없다.) 덧붙여 순수한 전투력에 대한 조로의 집착은 상디가 함부로 넘볼만한 것이 아니다. 조로가 (검호가 되기 위해) 이기기 위한 싸움을 한다면, 상디는 (여자들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랄까. 조로는 아무리 강해져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상디는 "나미 누님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다면 충분해" 하는 시점에서 단련을 멈출지도 모르겠다. 상디에게는 전투 뿐만이 아니라 요리에 신경써야 하는 의무가 있기도 하고. 때문에 조로에게 있어 상디는 '여자이기 때문에 전투력이 제한되는' 쿠이나를 여러모로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스릴러 바크에서 칠무해 바솔로뮤 쿠마 앞을 막아선 상디를 조로가 때려눕히는 장면은 두 사람의 전투력 면에서의 차이라던가 자존심의 문제를 두고 고려할 수도 있겠으나, 어린 시절 조로가 겪은 충격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좋은 라이벌이었던 쿠이나가 어이없게 죽은 일과, 자신의 두 번째 라이벌인 (자신보다는 다소 약한) 상디가 바솔로뮤 쿠마에게 죽는다면, 조로에게 있어 일종의 되풀이되는 악몽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한편, 상디가 조로를 대하는 감각은 다소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상디는 어린 시절부터 해적들이나 다름없는 해상 레스토랑의 요리사들 틈새에서 자라났는데, 때문에 남자와 여자를 대하는 태도가 극단적으로 갈리게 된 인물이다. 때문에 나는 상디가 조로를 특별히 대우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상디는 루피-조로-우솝을 전부 똑같이 대우하고 있는데, 조로가 상디를 유별나게 대하는 태도 때문에 조로와 상디가 특별히 티격태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조로가 자신에 대해 은근한 배려를 하는 것이 자신을 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임을 알고 있을 것이고. 남에게 어린애취급 받는 일을 죽어도 싫어하는 상디는 조로에게 까칠한 것일 테고. 뭐 아무튼 그러다보니 상디도 조로를 더 의식하게 되고, 그에 따라 조로도 상디를 더 의식하게 되고. 아아 상디는 조로의 애틋한 마음을 죽어도 모르겠지. 어쩌면 조로 자신도 상디를 보는 자신이 은연중에 쿠이나를 떠올리고 있다는 걸 절대로 생각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역시 대세는 비엘인가. 우정인가.


 

원피스 잡담 5 - 코비와 헤르메포

 

이번엔 좀 짧게 써야겠다.

 

   바닥에 자빠진 상태로 비굴하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웃음을 지어 보이던 코비의 첫인상을 기억한다. 실수로 올라탄 알비다의 해적선에서 2년간이나 온갖 구박을 받으며 잡일꾼으로 살아왔다니. 만약 어떤 사람이 2년간 이등병(그것도 막내) 생활을 하면 그 사람의 성격은 어떻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코비처럼 되겠지...... 외로워도 슬퍼도 울면 안 된다. 울면 더 맞는다. 해적들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어느 순간 바다로 던져질지도 모르는 해적선에서의 하루하루. 코비는 그런 불안 속에서 2년간 생활했다. 천만다행으로 루피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코비의 악몽 같은 2년은 20년으로, 평생으로 연장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아 불쌍한 코비. 그러나 사실 그런 코비의 불쌍함은 단지 작중에서만 우러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코비를 처음 보았을 때, 주인공 루피의 성격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작가가 일부러 만들어낸 1회용 캐릭터라고 생각했었다. 어느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1권용 - 2권을 읽을 무렵엔 누구나 잊게 되는 - 캐릭터.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갓 원피스 1권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에게 루피의 성격을 확실히 보여주기에 코비는 매우 적당한 캐릭터가 아닌가. (한편 코비와 루피가 함께한 알비다-모건 에피소드는, 코비와 같이 무력감에 빠진 독자들에게 기운을 주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작가의 포부를 밝힌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아무튼, 만화 외적인 이야기는 그만두고 만화 속으로 돌아가자. 아마도 평범한 소년이었을 코비는 알비다의 해적선에서 머무르며 자존감과 자신감을 모두 잃어버린 인물이었다. 그는 그 와중에도 막연히 탈출을 계획하고 해군 장교가 되어 (자신을 괴롭힌) 해적들을 잡아넣겠다는 꿈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곰곰이 궁리해 보니 루피와의 만남은 코비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코비는 스스로 만든 엉성한 조각배를 루피에게 내어주려 하지 않았던가. 그 장면은 어쩌면 루피를 위한 배려나 희생의 순간이었다기보다는 코비가 자신의 마지막 희망을 포기하는 순간, 말 그대로 모든 희망을 버리고 잡일꾼으로서 살아가리라 다짐하는 순간, 즉 일종의 정신적 자살이 아니었을까. 만약 루피가 그 조각배를 타고 떠났다면 아마도 코비는 모든 희망과 자존심을 포기한 소년이 되어 여생을 보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코비의 나중 행적을 살펴보면 가족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어쩌면 코비는 천애고아였을 지도. 코비가 가족까지 없는 외톨이 소년이었다면 그 조각배는 정말로 진정한 의미의 마지막 희망이었을 것이고. 물론 운 좋게도 루피는 알비다를 날려버릴 만큼 강했고, 때문에 루피는 코비의 우상이 된다. 말하자면 샹크스-루피-코비로 연결되는 멘토-멘티 관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확실히 코비가 "나는 해군 장교가 될 사람이야!" 라고 외치는 장면은 아무리 보아도 루피를 동경해 흉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외침이 참 대견스럽게 보이는 것은 코비가 자신을 괴롭힌 해적들을 잡아가두겠다는 일종의 복수심에서 우러난 장래희망이, 루피와 만나며 심지 굳은 소년의 야망으로 승화된 느낌이 일기 때문인 듯 싶다.

   하지만 코비의 성장은 그 시점에서 멈추지 않고, 루피와 이별한 이후에 더욱 현저하게 이루어진다. 다름 아닌 헤르메포 때문인데...... 막간극인 「코비와 헤르메포 분투일기」를 보면 코비는 함께 해군에 들어오게 된 헤르메포를 마치 친형제처럼 대해주고 있다. 헤르메포를 구하기 위해 대포구멍 앞을 막아서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의리도 의리지만 그 정이 매우 깊어 보인달까. 굳이 코비를 천애고아로 가정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알비다의 해적선에서 괴롭고 외로운 생활을 보낸 코비가 해군에 함께 들어가 동고동락하는 동기 헤르메포, 귀하게 자라 세상물정을 모르는 헤르메포, 아버지를 잃어 실의에 빠져 있는 고아 헤르메포를 측은히 여겨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헤르메포의 아버지인 도끼손 모건은 죽지는 않았지만 「코비와 헤르메포 분투일기」를 보면 무려 아들을 인질로 잡을 정도의 악당이었으며, 헤르메포가 모건에게 손가락을 뻗어 보이며 "반드시 잡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을 통해 두 사람이 사실상 의절했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코비는 루피에게 받은 자극 이외에도 헤르메포를 형처럼 돌보는 와중 자신감을 회복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용기를 얻은 것은 아닐지.

   한편, 헤르메포는 코비와는 색다른 성장을 보여준다. 본래 아버지의 권력을 등에 지고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며 어린 시절을 보낸 헤르메포는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얼간이였다. 심지어는 친아버지인 모건조차도 때릴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 헤르메포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온 악재를 생각해 보자. 그는 정말 순식간에 가족과 권력을 잃게 되었다. 만약 앞서 고생을 겪은 코비가 그의 곁에 없었더라면 과연 계속해서 살아갈 수나 있었을까? 그동안 원한을 품은 마을 주민들에게 멍석말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 루피가 쳐들어온 이후 헤르메포의 삶은 하루하루가 절망의 나날이었던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아버지와의 관계로, 사사건건 아버지의 이름에 의존했던 헤르메포가 그 아버지를 앞에 두고 언젠간 자신이 (코비와 함께) 해군 장교가 되어 체포할 것이라 선언하는 장면은 흡사 그리스 비극이 떠오를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온다. 숨막힐 정도로 놀라운 성장인데, 그런 헤르메포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는 감히 짐작도 가지 않는다. 세상 모든 것이나 다름 없던 아버지 모건에게 삿대질을! 아마도 코비가 그의 곁에서 그를 돌봐주지 않았더라면 해군은 커녕 굉장히 삐뚤진 양아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뭐, 아무튼. 결국 두 사람 모두 고아가 된 셈인데 루피의 할아버지인 가프가 두 사람을 거두어들이는 이유도 손자뻘되는 두 소년이 분투하는 모습이 안쓰러웠기 때문은 아니었을지. 그렇게 생각해보면 루피-코비-헤르메포는 결국 같은 사람의 교육을 받게 되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역시 그 셋 중에선 코비가 제일 성숙한 어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은 역시 젊을 때 고생을 해봐야......


 

원피스 잡담 6 - 와포루, 에넬, 크로커다일 

 

    원피스에 등장하는 악마의 열매 능력자들, 특히 능력자의 성격과 능력이 매우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경우를 떠올려 보자. 언제나 어디서나 유연하게 생각하며 절대 좌절하지 않는 루피의 성격과 고무고무 능력, 크로커다일의 메마른 마음씨를 대변해주는 것 같은 모래모래 능력, 마치 끝을 모르는 탐욕 그 자체가 능력으로 형상화된 것 같은 와포루의 우걱우걱 능력과 같은 것들은 만화를 읽는 데 있어 상징과 재미를 모두 확보해주는 놀라운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작가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능력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묘사하는 소년 만화 특유의 만화-문법에 통달한 작가의 만화를 읽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와포루의 경우

 

   먼저 의료대국 드럼 왕국의 군주였던 와포루를 살펴보자. 와포루가 통치하던 당시 드럼 왕국의 헌법 1조는 "왕의 뜻대로 안 되는 녀석은 죽어라" 였다. 과거 서양의 왕권신수설이 떠오를 정도로 막 나가는 헌법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왕실에서 태어나 자기중심적으로 자란 와포루는 왕의 권력과 국민의 관계를 자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싶다. 이런 와포루가 악마의 열매를 먹고 우걱우걱 능력을 얻게 된다니. 이 능력은 정말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욕심쟁이 대왕 와포루의 캐릭터와 어울리다 못해 캐릭터를 완성하는 것이 아닌가. 이 능력으로 인해 와포루는 실재하는 모든 것을 자신의 탐욕스러운 입으로 먹어치울 수 있게 되며, 집어 삼킨 것을 고스란히 자신의 능력으로 흡수하기도 하고, 사물의 모습을 자신의 구미에 맞게끔 변형시켜 토해내기도 한다. 게다가 와포루는 브리킹 해적단의 선장인데, 세상의 모든 것을 먹어치울 수 있는 욕심 많은 폭군이 곧 해적이라는 사실은 드럼 왕국의 국민들에게 있어서는 대단히 의미심장한 사실이었을 듯. 이건 흡사 타락한 정치인 그 자체를 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자신의 몸뚱이까지 먹어치울 정도로 타락한 인성을 보여주는 우걱우걱 열매는 오직 와포루라는 캐릭터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드럼 왕국 에피소드가 알라바스타 내전 에피소드의 일부로서 기능한다는 면을 넘어서도 와포루라는 캐릭터는 눈여겨 볼만한 점이 있다. 와포루는 쵸파의 아버지인 닥터 히루루크의 캐릭터를 완성시켜주는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왕국을 '소유'한 것으로도 모자라 온갖 것을 먹어 삼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만족하는 와포루와, 불알 두 쪽 말고는 무엇 하나 가진 것 없음에도 불구하고 쵸파와 드럼왕국 국민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닥터 히루루크의 대비를 떠올려 보자. 드럼 왕국이 눈과 얼음에 뒤덮인 것은 물질적 탐욕에 젖어 국민을 병들게 하는 와포루의 폭정을 암시하는 공간적 배경이며, 차갑게 얼어붙은 드럼 왕국에 히루루크의 벚꽃이 아름답게 휘날리는 장면은 타락한 정치에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히루루크의 처방이 아니었던가. 진정한 의사는 한 사람이 아니라 만 사람을 구해야 하는 법ㅡ 이라 생각해 본다면, 히루루크야말로 왕의 자격이 있던 남자였으며, 특히 또 다른 망국 알라바스타로 돌아가는 비비에게 죽은 히쿠루크와 폭군 와포루의 대비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경험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갓 에넬의 경우

 

   이번엔 스카이피아의 폭군 갓 에넬을 살펴보자. 에넬은 마치 자신이 전지전능한 신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데, 우리 모두는 그런 에넬 역시도 악마의 열매를 먹기 전에는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열매를 먹은 장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런데 에넬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마치 자신이 평범한 인간으로 생활하던 당시를 완전히 잊어버린 것만 같다. 단순히 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이 진짜 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는 것이다. 이건 일종의 망상증이 아닌가. 본래의 성격과 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이루는 와포루에 비교해 본다면, 갓 에넬은 되레 능력의 영향을 받아 매우 괴상한 성격을 갖추게 된 것만 같다. 아니 좋게 말해 괴상한 성격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에넬은 자신이 신적 존재라는 심각한 망상에 빠져 살고 있는 정신병자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에넬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대기중의 전파를 들을 수 있는 능력. 마음에 들지 않는 이에게 벼락이라는 이름의 천벌을 내릴 수 있는 능력. 빛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으며, 누구에게도 얻어맞지 않고, 보이는 모든 이들을 벌벌 떨게 만들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이 아닌가. 게다가 그가 살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하늘이다. (덧붙여 온 몸으로 전파를 잡아내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능력이 그의 정신이상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이런 무시무시한 능력을 얻게 된 평범한 사람의 속내를 상상해보면 에넬이 망상을 갖게 된 것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린 에넬이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

   그도 그럴 것이. 에넬이 자신을 절대적인 존재로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그의 세계관은 신의 세계와 신이 아닌 자들의 세계를 극단적으로 분류하는 이분법의 형태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세계관은 에넬의 망상증이 치유되거나 망상증의 원인인 번개능력을 잃지 않는 이상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따라서 에넬은 자신이 미천한 인간들과 같은 세계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며, 진정한 절대신에 어울리는 공간을 꿈꾸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인간은 절대 갈 수 없는 그곳. 오직 신에게만 허락된 신성한 대지. 페어리 바스. 달로 말이다. 한편 하늘섬의 원로들은 스카이피아에서의 '신'이라는 명칭이 단지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호칭이 아니라 스카이피아의 통치자에게 붙여지는 존경심어린 표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테니, 신이라는 단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에넬의 기행이 얼마나 황당하고 분하며 안타깝게 느껴졌을까. 이런 에넬의 광기가 실제로 하늘섬을 청해로 떨어뜨리는 무서운 광경은 흡사 로마를 불태우며 즐겁게 시를 읊었다는 폭군 네로의 광기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물론 실제로는 네로가 로마에 불을 지르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 글에서는 그리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므로 문학적 표현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크로커다일의 경우

 

   한편 크로커다일의 경우는 능력이 성격을 대변해주는 와포루나, 능력에 의해 성격이 변화한 에넬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오히려 크로커다일은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능률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수완가의 모습이 강하게 드러난다. 특히 왼팔에 달려 있는 갈고리 속에 강력한 독약을 준비해 두는 모습에서는 그의 신중함과 더불어, 자신의 모래모래 능력마저도 완벽히 믿지 않는 속내가 엿보인다. 가까운 부하는 물론 자신의 능력까지도 믿지 않고 의지하지 않는 크로커다일에게 있어서는 많은 해적들이 부러워하는 자연계 능력조차도 자신의 야심을 위한 일종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거친 사막 모래의 삭막함이 마음속에 물기 한 방울 없는 비정한 사나이 크로커다일의 인성을 잘 드러내 보여주기도 한다.

   자. 이쯤에서 세 사람과 능력의 관계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와포루는 능력 그 자체인 인물이며 (와포루 = 능력), 에넬은 능력에 잡아먹힌 인물이고 (에넬 ≤ 능력), 크로커다일은 능력을 잡아먹은 인물 (크로커다일 ≥ 능력) 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크로커다일의 야망은 다분히 모래모래 열매의 능력을 얻고 나서 구체화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의지로 암흑능력을 얻어낸 검은수염 티치와 같이, 크로커다일이 알라바스타 내전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모래모래 열매를 구해낸 것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는 "크로커다일 > 능력"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티치와 같이 막연히 열매를 기다리는 해적이 역사상 몇이나 되었을까?) 그는 능력을 얻고 나서 구체화된 세계정복 의지를 품고, 모래모래 열매의 능력을 토대로 삼아, 기본적인 계획부터 차례차례 하나씩 수립해나갔을 것이다. 아마도 밀짚모자 해적단 일행이 없었더라면 차분하면서도 완벽히 일을 처리하는 크로커다일은 느긋하면서도 확실하게 네펠타리 코브라의 국왕군과 유자의 반란군을 서로 맞부딪히게 만들어 소멸시켰을 것이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너무도 손쉽게 알라바스타 왕국의 왕좌에 앉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차피 해적이라 할지라도 국민들이 직접 선택한 왕이라면 세계 정부도 손을 댈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왕이 된 이후에는 고대병기 플루톤도 천천히 찾아볼 수 있었을 테고. (조급하게 고대병기를 찾으려는 그답지 않은 모습은, 루피 일행과 비비의 뜻하지 않은 참견 때문에 일이 엉망이 되자, 고대병기라도 찾아야겠다고 판단한 결과였던 것 같다.) 아무튼 그의 계획은 알라바스타를 완벽히 자신의 손아귀에 넣는 데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세계정부의 일원인 알라바스타 왕의 입장과 강력한 고대병기를 양 손에 쥐고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권력자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고대병기로 인해 크로커다일의 알라바스타는 그 어떤 나라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가 되었을 것이고, 크로커다일은 그런 면을 활용하여 세계정부의 맹주가 된다던가 하는 계획을 세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음모인가. 크로커다일은 사막에서는 무적이니 바다에서도 무적인 힘, 고대병기를 얻으려 했던 것이고 두 힘을 아울러 세계를 지배하려 했던 셈이니 말이다. 그러나 세상만사란 참 알 수 없는 것. 고작 7명으로 이루어진 듣보잡 해적단에게 이 장대한 계획이 무참히 박살나게 되다니. 크로커다일은 뛰어난 지략에 비해서는 정말 어지간히 운도 없는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원피스 잡담 1 http://alric.egloos.com/1515581
   원피스 잡담 2 http://alric.egloos.com/1516233
   원피스 잡담 3 http://alric.egloos.com/1518459
   원피스 잡담 4 http://alric.egloos.com/1521092
   원피스 잡담 5 http://alric.egloos.com/1523222
   원피스 잡담 6 http://alric.egloos.com/1524987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흥분한 너에게  (0) 2009.11.22
너희들이 삶에서 깨달은 진리를 말해 줘  (0) 2009.11.22
삶의 룰  (0) 2009.11.11
플루토늄 열사용 계획  (0) 2009.11.07
여자들의 자동차 남자들의 화장품 분류도  (0) 2009.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