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쓰게 되었냐 하면... 요즘 연애 밸리에서 하도 떠들썩한 남녀 이야기 때문 -_-
그 이야기에서의 주된 내용은 뭐냐면, 남자는 여자에게 A+B+C+D+E+F...를 하길 원하면서, 여자가 A+B만 원해도 '독한 년'이니 '배부른 년'이니 '무개념'이니 소리를 듣는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키는 것이었다. 그런 고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나도 그 의견에 상당히 동감하는데, 안하는 게 좋다. 예전에도 그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을 거다. 이런 저런 그런 온갖 종류의 '와 이런 남자가 있을 수 있단 말이야?' + '우와 이런 시어머니도 계셔?'라고 할 정도로 엄청나게 협조적이고 인격적인 남편과 시부모를 미리 챙기지 못한다면 아예 결혼하지 말라고 말이지. 그런 조건을 갖추더라도 결혼 생활이라는 건 (특히 애까지 낳는 건) 엄청나게 힘드니까.
결혼이라는 건 절대 장미빛 미래도 아니고 행복이 열리는 나무도 아니고 오히려 고생바가지 지옥시작 제발로 무덤걸어들어가기...인 셈이다.
그런데도 왜 결혼을 하냐고?
그 모든 끔찍스러운 상황을 '마이너'한 부분으로 바꿔버릴 만큼 '메이저'한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산다는 것. 외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애를 가질 수 있다는 것, 등등. 사람따라 다르겠지. (혹은 친척들의 잔소리를 더 이상 안들을 수 있다는 것... 이라던가)
그리고 그러한 메이저한 이득이 정말 '충분히' 메이저 하다면, 마이너한 단점 같은 건 정말 아주 마이너해지기 때문에 단점 취급도 못받게 될 수도 있다. (아주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마이너하게 만들거나 마이너하게 다루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얻을 '메이저'한 이득이 발견되지 않는 한은, 결혼은 안하는 게 좋다는 게 내 지론이다.
내 경우에는, 평생을 같이 동반할 '파트너'가 필요했고, 그 파트너에 딱 어울리는 게 우리 남편이었으며, 이 남자가 평생 파트너가 되어준다는 건 나에게 매우 메이저한 이득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저 '메이저'한 이득이 '마이너'한 문제점에 비해서 아주 약간만(...) 더 좋은 상황이 많을 거다. 특히나 여자 입장에선 말이지.
그럴 때를 대비해서 결혼하기를 원하는 여자들을 위한 충고를 하나 할까 한다. 결혼하기를 원하는 남자도 읽으면 좋다. 결혼 안할 사람은 여기에서부턴 안 읽어도 된다. 이건 결혼 뒤에 벌어질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를 미리 없애거나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말하는 거니까.
요즘의 결혼하는 남녀치고, 연애 밸리에서 현재 떠들썩하게 난리가 났던 글에 나오는 것 같은 남자랑 결혼하는 여자는 없을 거다. 머리에 총맞았냐? 그러니 적어도 당신이 결혼할 대상이 그런 남자일 걱정은 접어두는 게 좋겠다. (만약 그런 남자랑 결혼한다면 그건 정말로 머리에 총맞은 거다. 자살을 향해 뛰어든 자기 자신을 원망해라.)
그럼 뭐가 문제냐고? 그런 남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당신의 애인(예비 신랑)에게 이렇게 한 번 물어봐라.
"결혼하면 가사 분담은 어떻게 할 거야?"
아마 요즘의 대부분의 남자들은 "반반 나누지 뭐"라고 흔쾌하게 이야기를 할 거다. 그리고 여자는 '역시 난 개념있는 남자랑 결혼하는 구나'라고 생각할 것이고, 남자는 '역시 난 찌질이 같은 남자들과는 틀리지. 암.'이라고 뿌듯해 할 것이다. 그리고 난 이걸 할 테니 넌 저걸 해라는 식으로 30분도 안되는 대화를 나눈 채 행복하고 평등한 결혼 생활을 예상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는 전혀 모른 채로 -_-
가사분담이라는 것은, 정말로 매우 구체적으로 50:50으로 나누지 않으면 안된다. 집에서 가사 안해본 여자라면 아마 어떻게 나눠야 구체적인지도 모를 수 있으니, 적어도 결혼하기 전에 엄마 도와서 손에 물 한두번은 묻혀봐라 (...) 손에 물 한번 안묻혀보고 결혼하면, 아주 어처구니 없이 당하게 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남자들은 막연하게 "반반 나눠서 하지 뭐"라고 말하는 것에는 흔쾌하게 승락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반반은 절대로 여자들이 생각하는 반반이 아니다. 많은 수의 남자들은 정말로 구체적으로 반반을 나눌 경우에는 아마 놀라게 될 것이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그렇게나 많은 지 몰랐기 때문에. (만약 남자가 자신보다 가사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운이 좋은 거다. 다 맡겨라 (...))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밥은 누가 하는지, 설겆이는 누가 하는지, 빨래는 누가 하는지, 청소는 누가 하는지 - 여기까지는 아마 쉽게 다들 생각하고 나눌 거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거.
간단하게 음식과 관련된 것에서만 생각해 보자.
시장은 누가 볼 건지. 반찬은 누가 만들 건지. 밥상은 누가 차릴 건지. 음식물 쓰레기는 누가 버릴 건지. 냉장고 정돈 및 청소는 누가 할 건지.
그리고 손님이 찾아왔을 때의 식사 분담은 어떻게 나눌 건지. 누군가 야근을 할 때의 분담은 어떻게 할 건지. 누군가 한 명이 매우 피곤할 때의 분담은 어떻게 할 건지. 아플 때의 분담은 어떻게 할 건지.
갑자기 좀 이상해지지 않나?
"우리 가사는 50:50으로 나누자~"라고 결혼한 뒤, 어느 날 남편이 친구를 데리고 집에 온다고 생각해보자.
남편은 친구와 놀고 있고, 일단 밥하고 반찬하고 그런 건 내가 하기로 했으니까...라면서 여자가 한다. 남편은 술 마시고 친구랑 논다. 그리고 아내는 '요리담당'이므로 밤 늦게까지 안주랑 주전부리를 만들어 갖다 바친다. 중간에 나오는 설겆이는 '설겆이 담당'인 남편이 당연히 해야겠지만, 남편은 친구를 대접해야 하니 이따 해야겠다고 미뤄놓는다. (친구랑 놀던 중간에 설겆이 한다고 튀어나오는 남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99.9%) 그러다 그릇이 모자라면 어떻게 되지? 당연히 요리 하는 사람이 해야 된다. 만약 친구가 돌아간 뒤 남편이 설겆이에 착수하지 않고 "걱정마 내일 아침에 할께"라면서 자버린다면? 남편은 내일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설겆이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나는 7시에 일어나 출근을 해야 한다면? 내 먹을 설겆이는 결국 내가 해야 된다. 그리고 남편이 잠들었는데 벌레와 파리가 꼬여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면? 그 다음날 아침 내 먹을 설겆이를 해놓고 먹은 다음에 나갔다 퇴근해서 피곤하게 들어왔는데 설겆이 거리가 그대로 쌓여있다면?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 아침에 늦잠을 자서 서둘러 나오느라 못했어. 미안해. 집에 들어가서 금방 할께" 라고 말한다면? 그럼 난 저녁을 먹기 위해서 또 내가 먹을 설겆이는 결국 해야 된다면?
남자 입장에선 분명히 "나는 분명히 내가 맡은 설겆이를 할 거고, 그러므로 가사를 반반씩 분담하고 있다" 라고 이야기 하겠지만 여자 입장에서 보자면 이노무시키 당장 나랑 싸우자라고 말하고 싶어질 거다.
안 벌어질 거 같지?
남편이 정말 세심한 사람이 아니라면, 반드시 벌어진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정말로 구체적으로 계약서까지 써서 50:50으로 가사분담을 나누던가...
아니면 남자가 "가사도 내 일" 이라고 생각하도록 교육할 수 밖에 없다.
"나는 XX를 도와준다"라는 생각과 "XX는 내 일이다"라는 두 가지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게 바로 책임 소재의 문제이고, 책임감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꽤나 집안 일을 잘 도와주는 우리 남편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이건 가사는 아니고 육아쪽 문제인데 뭐 결혼하면 이런 일 겪을 사람 많을 거다.
처음에 애를 낳아놓고 나니 우리 남편은 "무서워서" 애 기저귀조차 갈지 못했다 -_-
뭐가 무섭냐고? 애가 하도 작고 말랑말랑하고 흐느적거리니까 자기가 만지다가 어디 잘못될 거 같았단다.
그렇다보니 항상 애기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에는 나보고 도와달라고 불렀다. 결국 남편이 혼자서도 애기 기저귀를 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선 상당한 버럭거림과(...) 교육이 필요했다.
애가 좀 크고 나니 이번엔 애를 보는 문제가 생겼다. 애가 기어다니기 시작하면, 정말 잠시라도 눈을 띠면 사고를 치기 때문에 1초도 눈을 떼어선 안된다. 근데 말이 쉽지, 그걸 혼자서 어떻게 24시간 (애 자는 시간 빼고 약 12시간) 하겠느냐 말이다.
그래서 남편보고 말했다 "나 잠 좀 잘 테니까 세빈이 좀 봐줘." 그럼 남편은 흔쾌히 "알았어" 라고 말하고, 나는 자러 들어갔다.
...그리고 10분도 되지 않아 세빈이 사고치는 소리가 들린다 -_-
결국 난 버럭거리며 다시 뛰어나와 세빈이를 봐야했다. 나와서 보면 남편은 컴퓨터 들여다보고 앉았고 세빈이는 마루에서 혼자 뭔가 일을 벌이고 울거나 짜증을 내고 있었다. 그럼 나는 세빈이를 챙기고는 남편에게 뛰어가 화를 냈다. 그럼 대충 전개가 이렇게 된다.
"애 보라니까 뭐 하고 있어!"
"보고 있어!"
"이게 보고 있는 거냐?"
"애 보라길래 기저귀 갈아주고 다 했잖아! 뭘 더 어쩌라고!"
즉 남편 입장에선 내가 '애를 봐라'라고 시킨 상황에서 벌어진 사태 중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 해결하고 나면 애를 본 것이 되는 거였다. 이것 역시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싸움과 교육이 필요했는데...
위의 두 가지 사태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문제가 바로 남편이 "나는 육아를 도와준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점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런 거다. 이 세상에 어떤 엄마가 무서워서 기저귀를 못가는 일이 생길 것이며, 애를 본다고 해놓고 기저귀만 달랑 갈아놓고 애를 내버려둘까. 그 이유는 모성애도 아니고 본능적으로 알아서도 아니다. 남자들은 '여자가 더 잘하니까' 라던가 '엄마니까'라는 이유로 미뤄놓는데, 웃기는 소리다. 엄마라고 뭘 아냐? 처음 당하는 건 다 똑같은데.
그저 엄마들은, '내가 아니면 이걸 할 사람이 없다' '이 아이의 모든 것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라는 개념이 처음부터 박혀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무서워서 기저귀를 못 갈면? 이 아이의 기저귀를 아무도 대신 갈아줄 사람이 없는 거다. 내가 애를 안 보면? 그 애를 일일히 챙겨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다. 그러니까 모르던 말던 일단 무조건 하게 되어 있다.
근데 남자들은 기본 개념이, "난 아빠니까, 내가 못해도 엄마가 하겠지" 이다. "난 아빠니까 육아를 도와야 해" 라는 개념을 갖고 있는 한은, 영원히 아빠는 보조자이고 아웃사이더이다. 왜냐면 책임자가 엄마니까. 그러니까 무서워서 기저귀를 갈지 못하는 일도 생기고, 애를 보라고 했더니 기저귀 달랑 갈아주고는 뿌듯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남편에게 "육아를 도와준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육아도 내 일"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대화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분명히 애 키우는 일도 집안 일이고 집안 일은 반반 나누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설명을 하면서, 지금 당신의 행동이 어디가 잘못 되어 있고 그게 어디에서 유래되는 것이며 나는 어떤 걸 바라고 있는지까지 장장 몇 시간에 걸쳐서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겨우 남편은 자신의 행동이 어디가 잘못되어 있었는지를 납득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에야 나는 겨우 안심하고 아이를 남편에게 맡겨둔 채로 낮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남편은 내가 '애를 봐줘'라고 말을 하면 그것은 기저귀를 가는 것만이 아니라, 애가 사고를 치지 않도록 계속해서 애 뒤를 쫓아다니며 애를 보호하고, 애가 배가 고파 보이면 이유식을 주며, 애가 싸서 옷을 버리면 옷을 갈아입히고, 푸짐하게 싸서 씻겨야 할 경우에는 혼자서 씻기기까지 하는 것이 애를 본다는 개념이라는 걸 알고 실천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애가 배고프면 뭘 먹여야 하냐면서 날 깨우고, 애가 심하게 싸거나 해서 뭔 일이 생겨도 도와달라면서 날 깨웠으며, 애가 사고를 치던 말던 일단 지금 당장 무사히 기어다니고 있으면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_-)
가사도 마찬가지다. 남자가 가사를 "도와준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결국 모든 책임은 여자에게 떠넘기는 셈이 되고, 모든 비어있는 공간은 여자가 채워야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남자는 여자가 속터지고 힘든 건 알지도 못한 채, 자신은 깨어있고 협조적인 남편이라며 매우 뿌듯해할 것이다. -_-
반면, 가사가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남자라면,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한다는 걸 알 것이고, 여자가 일일히 챙기지 않아도 알아서 쓰레기를 버릴 것이고, 빨래가 쌓이면 빨래를 할 것이며, 설겆이를 며칠씩 쌓아두지도 않을 것이고, 사소한 집안 청소나 수리도 알아서 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가사 분담이라는 건 결국, 누가 얼마나 일을 많이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얼마나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다. 책임을 50:50으로 나누어 동등한 책임감을 가질 수 없다면, 정말로 위에 말한 것처럼 모든 경우의 수와 모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의 항목을 일일히 나열하여 분배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선 정말로 평등한 집안일이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편할지는 결혼을 원하는 여성동지들이 알아서 판단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결혼할 생각이 있다면, 예비 남편에게 반드시 '구체적으로' 물어라. 여자들 흔히 하는 식으로 두리뭉실하게 물어보고, 두리뭉실한 답을 얻어낸 뒤에 만족한다면 결혼 생활을 수렁으로 만드는 지름길에 한 발을 들여놓은 거다.
제일 좋은 방법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묻는 거다.
"결혼하면 집안일 얼마나 도와줄 거야?" (X)
"결혼하면 집안에서 당신은 어떤 일을 할 거야?" (O)
답은 다음과 같이 나와야 한다.
"음... 설겆이도 해주고, 청소도 해주고, 빨래도 해줄게." (X)
"청소하고 빨래는 내가 할께. 당신이 요리하면 내가 설겆이를 하고, 내가 요리하면 당신이 설겆이 하는 걸로 하자." (O)
가사에 대해 묘사할 때 '해준다'라고 말하는 남자가 있다면 그건 이미 NG이다. 그것은 원래 자신이 할 일이 아니며,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심리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남자가 정말로 결혼할만한 가치가 있고 날 사랑해주는 남자라면, 설사 현재 모르고 있다 하더라도 교육시킬 수는 있을 거다. 일을 양분하는 방법이 아니라, 책임감을 양분하는 방법 - 즉, 같이 책임을 지는 방법에 대해 말이다.